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코로나와 맞물린 사상 최대의 사교육비 시대

과외 이야기

by 파워ENTP 2022. 4. 8. 18:58

본문

올 초 통계청에서 흥미로운(?)수치가 나왔습니다. 사교육비 지출이 통계 출범 이후 사상최대를 기록했는데요.

작년 초, 중, 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이 36만 7000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초, 중, 고를 합쳐서 그렇지 일반 고등학교 재학생의 경우 월평균 48만 2000원을 지출합니다. (출처: 통계청 - 아래 링크)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2PE002&checkFlag=N


사교육 종사자로서 예상보다 통계치가 낮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사교육열이 높은 서울 동남권에서 주로 수업을 해서 월 평균 사교육비 100만원을 넘기는 가구를 밥 먹듯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어떤 학생의 경우 한 과목에 100만원 이상을 지출하기도 하구요.

가장 과한 케이스였던 학생은 초등학생임에도 오전 6:30 방문 트레이너 선생님으로 시작해 저녁 10시까지, 주말엔 골프 교습을 받으며 월 사교육비 지출이 4-500을 넘기도 했습니다. (but 아버지가 모 중견기업 사장님이셨...)

그렇다고 잘 사는 부모들만 사교육을 많이 시키는 것도 아니죠.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은 5.1배 낮습니다만, 저소득층에겐 이마저 '출혈'수준일 뿐입니다.

통계는 부모 소득과 사교육 참여율/ 사교육 참여율과 성적/ 부모 학력 정도와 사교육비 지출 수준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여줍니다.

사교육을 많이 해서 성적이 좋은 것인가?

성적이 좋기 때문에 사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인가?

부모가 학력이 높으면 소득이 높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사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인가?

부모가 학력이 높기 때문에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로서 사교육에 더 절실한 것인가?


코로나로 (많이) 주춤했던 경기가 회복 전망세를 보이면서 올해 1분기 서울지역 가구는 소비지출을 늘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교육 지출은 전체 소비지출 증가폭보다 훨씬 가파른데요.

(교육 지출은 공교육+사교육 지출 등 교육 관련 전체 지출입니다. 하지만 공교육에는 지출이 거의 없기 때문에 통상 교육비 지출 증감= 사교육비 지출 증감으로 여깁니다.)

출처: 중앙일보, 22. 4. 6.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61398

왜, 계속 사교육비 지출은 증가하는 걸까요?

일단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통계치는 명목상 지표이기 때문에 이 점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하더라도 차트는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교육 현장에서 느낀 사교육비 지출 증가 원인은

1. 최근 코로나로 학교 대면 수업이 어려워지면서 생긴

'교육 공백'을 사교육으로 채우고 있다.

2. 입시에서 정시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

3. 문, 이과 통합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갈피를 못잡고 있음

이 부분은 뉴스 기사, 신문 기사, 포스팅에서 많이 다루는 원인들입니다.

저도 동감하구요.

실제 서울대 미대를 준비하는 고3 학생들은 최근 수학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미대= 수학x' 이었기 때문에 미대 입시생들은 수학을 일절 공부하지 않았죠.

하지만 서울대가 입시 정책을 바꾸면서 고3이 된 입시생들이 갑자기 수학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마 서울대가 올해 시작했기 때문에 내년부터 다른 미대들도 따라가지 싶구요.

이런 경우 공교육만으로 커버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다만 입시 제도가 바뀌어서? 혼란해서? 정시 비율이 높아져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현 사회가 아직까지도 대졸/ 대학 타이틀 의존도가 높은 것이겠죠.

(고용/ 수입/ 교육 수준/ 사회적 인식 등)

당장 수시를, 다른 입시제도를 만들어내고 바꿔치기 한다 해도 사교육비 지출은 '절대' 낮아지지 않을 겁니다.

사교육이 나쁜 것도 아니고,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출혈'수준으로 지출을 '해야만' 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죠.

입시 정책을 자꾸 건드리고, 실효성도 없는 정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대졸의 대체재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굳이 대학이 아니어도 고용에 무리가 없고, 본인이 원하는 교육 선택권의 범위가 넓어지도록, 사회적 차별이 없도록)

사회가 변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출산율은 갈 수록 말도 안되게 낮아지는 중이고, 부실 대학들도 점점 정리될 것이구요.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면 자연히 고용도 수월해질 거고, 고용을 위해 굳이 대학에 집착할 이유가 사라지겠죠.

최근의 변화들을 보면 실용적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관련 교육 공급도 점점 늘어날 것 같구요.

모쪼록 모두 함께 지속 가능한/ 상호 발전 가능한 교육의 방향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기왕 돈내고 배우는 거 선택권이 더 넓고, 강제로 하는 교육이 아니고,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이면 서로가 행복하잖아요! ㅎㅎ

교육은 미시적으로도 거시적으로도 어렵네요😥